2007년에 일어난 서브프라임 사태를 돌이켜보자면, 우선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관련된 기사 여러 개를 읽고서야 어떤 내용인지 희미하게 파악을 할 수 있었다. 그 다음에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궁금해지는데 그 역시 희미하게만 떠오를 뿐이다. 대략 월스트리트 기업들과 모기지 대출자들의 비도덕성이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정리를 했던 것 같다.


    <빅숏>은 대중을 위한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거의 완벽한 정리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월가의 위기가 밀려오는 가운데 그 위기를 전혀 알지 못하는 다수의 사람들과 ‘블랙스완’이 나타날 것을 예견한 세 그룹의 사람들을 대비시키며,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월스트리트의 전문가 집단의 민낯을 보여준다. 그 민낯을 보고 있노라면,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자기 자랑같은 책인 <블랙스완>이 얼마나 예언적인가를 알 수 있다.


    미국을 상징하는 하나의 거리라면 월스트리트. 실제 벽 위에 세워진 거리 (from www.dineshdsouza.com)


    결과적으로 보면 월가의 이단아, 외눈의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 20대의 초보 투자가 외에는 누구도 위기를 예견하지도 못하고 대처하지도 못했다. 현상의 외부에 있는 자들만이 진실을 바라볼 수 있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내부에 속한 사람들, 즉 일반적인 월가에 속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월가의 영웅들조차 그들의 재능과 영혼을 이윤추구에만 집중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이윤의 그들의 동기이자 자존심이며, 존재 의의였을 것이다. 누가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반전을 알면서도 재미있는 영화가 있는 것처럼, 이 책도 결말을 알지만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영화 같다.(책과 동명의 영화가 2016년 개봉하였다.) 영화에선 마지막 반전이 가장 인상적인 것처럼, 이 이야기의 마지막 반전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캐스팅이 화려하다. 영화 <빅숏>


    내 생각에 월가의 악행의 첫 번째는 월가가 보통 사람들을 그들의 돈 놀음에 밀어넣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보통 사람들의 돈을 이용해 그들의 수익을 뻥튀기 시켜 그 이윤을 모두 자기네 것으로 했다는 것이며, 세 번째는 시민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 것이다. 그리고 네 번째는 커다란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 손실을 세금으로 메꾸어 결국에는 보통 사람들이 부담을 짊어지게 되고 반면에, 파국에 기여했던 대부분의 CEO와 관리자들은 자신의 수익과 자리를 보전했다는 것이다. 이윤은 상위 1%가, 손실은 하위 99%가 차지하는 이런 현실은 미국과 우리나라가 도덕성의 측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바탕이 되었던 부동산 불패 신화도 비슷하겠다. 미국을 향한 무비판적 호감과 동경은 상상력의 빈곤과 현실에 대한 무지, 프레임에 갇힌 생각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관한 위키 링크


    서브프라임은 미국 국내 뿐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미국의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고 세계적인 경기 둔화의 원인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투기에 대한 규제책이 마련되어 있었던 덕분에 큰 피해는 없었지만, 간접적인 경기 후퇴는 피할 수 없었다. 달리 말하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세계적인 민폐였다.


    이 책은 신자본주의, 특히 금융자본주의 아래에서 그것의 대주주인 미국 금육기업들에게 적절한 규제가 취해지지 않았을 때 그들이 어디까지 사악해질 수 있는 지 알려주는 보고서이다.

    Posted by 한의학박사 & 한방내과 전문의 김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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