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분기 표지대분기. 케네스 포메란츠 @연합뉴스

    대분기의 앞 표지


    <대분기> 중국과 유럽, 그리고 근대 세계 경제의 형성

    케네스 포메란츠 지음. 김규태, 이남희, 심은경 옮김


    어린 시절, ‘우리나라 최고’는 너무나 평범하고 보편적인 생각이었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소위 ‘국뽕(날카로움에 있어서 표준어가 따라갈 수 없다)’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곧 이어 ‘왜 서양이 우리보다 더 잘 살까?’라는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질문의 형태는 조금씩 바뀌어 왔는데, ‘과거엔 동양이 더 발달했다는데 왜 지금은 서양이 더 발달했나?’와 같은 ‘동양뽕’스런 질문이 되기도 했고, ‘왜 하필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시작한 걸까?’와 같은 조금 세련된 질문이 되기도 했다. 이 질문들에 대한 흔한 대답은 ‘서양 사람들이 모험 정신이 더욱 강했다’거나 ‘서양이 동양보다 논리적 과학적이었다’는 식의 ‘서양뽕’스런 것이었다.


    대분기 영문판 표지


    이 책은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새로운 대답이다. 저자인 케네스 포메란츠는 수 많은 자료를 통하여 기존의 대답들이 잘못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위에 예를 든 답변들이나, 중국이 서양보다 더 ‘봉건적’이고, ‘반상업적이고’, ‘발전에 무관심했으며’, ‘지대를 추구했다’는 것과 같은 관점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포메란츠에 따르면 18세기까지 동서양은 서로 비슷한 문명을 누렸고, 비슷한 생태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영국은 운 좋게도 석탄 광산이 바로 곁에 있었고, 마침 그것이 증기 기관과 유연하게 결합되어 목재와 관련된 에너지의 생태적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또, 인구 증가에 의한 의식주 문제와 소비의 증가, 공장 노동자 수급과 같은 여러 문제 또한 식민지를 통하여 극복할 수 있었다고 결론 내린다.


    석탄이 있는 문명5석탄이 있는 문명5. @http://rhj8260.tistory.com/

    문명5. 초기에 자원이 너무 없다면 리셋하고 싶어짐.


    어떻게 이러한 결론이 나왔을까. 저자는 우선 제대로 된 비교를 하고자 했다. 즉, 영국과 중국을 동등한 비교대상으로 놓는 오류를 피했다. 인구, 환경, 경제 규모와 같은 많은 차이들로 인해서 국가 대 국가의 비교는 의미없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저자는 중국이나 인도를 유럽 전체와 비교하고, 또 유럽의 한 국가는 중국의 (양쯔강 하류와 같은) 한 지역과 비교하는 비교경제학의 방법론을 사용하였다.


    또, 서구 중심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왜 유럽인가?’ ‘유럽 안에서, 왜 영국인가?’라는 과거의 질문을 ‘왜 중국은 유럽과 달랐나?’ ‘왜 장난(江南)은 영국이 아닌가’로 바꾸어 놓는다. 이 질문은 영국은 식민지와 교역했고, 장난은 그렇지 않았다는 차이점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것은 또다른 중요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왜 중국이 유럽처럼 되지 못했나?’가 아니라 ‘왜 유럽은 중국이 아니었나?’를 묻는다. 얼핏 비슷해보이는 질문이지만 이 질문은 유럽의 성공을 핵심에 놓고 비유럽에서는 실패 요인을 찾는 유럽중심주의를 탈피하고, 유럽의 실패 요인을 중국과 비교함으로써 균형잡힌 관점을 보여준다.


    아인슈타인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아인슈타인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한 아인슈타인


    저자는 이러한 균형잡힌 관점을 토대 위에 지리적 문제, 자원과 환경의 문제가 가져오는 제약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슷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대분기는 한계를 극복하기 시작하는 18세기 후반에 일어났다고 이야기한다. 즉 18세기 이전을 대분기 시점으로 보는 서구중심적 사고를 탈피하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왜 이런 관점이 중요할까? 20세기 이전까지는 산업혁명을 위시한 서구의 빠른 발전의 원인으로 무역, 식민지같은 외부적 요인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식민지 해방 운동이 이루어지면서 외부적 요인은 비난의 근거가 되었다. 산업혁명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내부적 원인, 즉 풍부한 노동력, 사회적 안정, 풍부한 자원 등이 주요한 원인이 되어야 했다. 서구중심적 세계관의 그림자 속에는 식민주의적 역사관의 뿌리가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세계를 보는 관점에 큰 영향을 주었다.


    대항해시대. 사실은 대정복시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2000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올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한국어 출판 전에도 원어로 읽고 연구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중이 이러한 새로운 관점을 접하는 것 역시 16년 쯤 늦어버렸다. 우리나라 세계사 교육에 있어서 식민사관의 그림자를 지우는데에도 그만큼 늦어진 아쉬움이 있다. 늦게라도 한국어로 옮겨주신 역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반면 여러번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은, 번역의 어려움을 알려줌과 동시에 역자의 노고를 갉아먹는 것같아 아쉽다.

    Posted by 한의학박사 & 한방내과 전문의 김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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