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책의 서두에 [독자 여러분께]란 글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 연작의 전체 제목을 <로마인 이야기>로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제목의 라틴어역에는 역사나 이야기를 뜻하는 '히스토리아'나 '메모리아' 대신, 결국은 같은 뜻이겠지만, 나는 굳이 '게스타이'라는 낱말을 사용했습니다. 'RES GESTAE POPULI ROMANI', 즉 '로마인의 여러 소행'을 쓰고 싶다는 것입니다. 집필의 방향을 이렇게 삼은 데에는, 어떠한 사상도, 어떠한 윤리 도덕도 심판하지 않고, 인생 무상을 숙명으로 짊어진 인간의 행적을 추적해 가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어떠한 윤리나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다는 저자의 열망은 이해하지만, 저자가 배우고 익힌 사상과 윤리, 사고방식의 바탕색은 어쩔 수 없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것이란 점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도덕과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심판은, 반드시 이것은 이래서 좋고, 저것은 저래서 나쁘다란 형식을 빌어야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질문이나 단순한 서술의 방식으로도 전후 맥락과 뉘앙스의 차이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그 점을 항상 인지하고 읽어야 한다는 것은 얼마간의 피로감을 더 할 뿐입니다. 차라리, 이런 언급과 의도가 없는 편이 더 좋겠다 싶습니다.


    <로마인 이야기 2, 한니발 전쟁>은 거대 공화국으로 커 가기 직전의 로마가, '한니발'이라는 단 한 명의 인간이자 재앙을 겪으면서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단 한 명의 인간이 이토록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니 경외감마저 듭니다. 한 명의 인간이라고 하면, 알프스를 함께 넘고 수 십번의 전투를 승리를 이룬 카르타고와 용병들, 그리고 휘하 장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사람들 가운데 한니발을 제외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 같군요.


    비록 실패했으나 로마라는 공화국에 대한 통찰력, 그 결과 그 공화국을 무너뜨리기 위한 섬세한 책략과 그 것을 실행하는 대단한 실행력, 그리고 그 긴 시간동안 부하들을 따르게하고 한 명의 배반도 허용하지 않았던 카리스마.

    한니발이라는 인물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지만, 사료가 부족하다니 아쉽습니다. 아쉬움은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읽으면서 달래야겠죠.


    한니발의 흉상

    늘 병사들과 같은 거친 음식을 먹고, 똑같이 행군하며, 병사들은 보지 못하는 곳까지 보고, 생각하지 못하는 곳까지 생각하느라 지친 몸은 나무그늘에서 조각잠으로 해결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담백하고 투박한 무언의 카리스마가 있었던 사나이 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형제들은 한니발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본국 카르타고의 그 누구도 비슷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 한니발의 비극이었죠.


    반면, 그에 맞선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와 로마는 조직력과 타 민족의 로마화, 그리고 관용과 신뢰같이 로마인이 지켜오던 덕목의 잠재력을 저 깊은 뿌리끝까지 퍼올려서 한니발에 대항하여 마침내는 지중해의 패자(覇者)가 될 수 있었죠.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고도 할 수 있겠군요. 전쟁을 하고서도 그 지역을 파괴하지도 않고, 민족을 학살하지도 않은 채, 강화를 맺고 도로를 건설하고 통상을 하고 사람을 교류하고 마침내는 타 민족도 로마의 집정관이 될 수 있는 경지의 관용은 정말도 대단하다고 밖엔 말할 수 없습니다. 또,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지원이라든가, 로마 위주의 전쟁이 발생하여도 강제 징집없이 로마가 더 큰 희생을 치르는 신뢰 역시 대단한 것이고요.

    한니발의 패배는 스키피오 한 개인에 의한 패배가 아니라, 이런 로마의 시스템과 미덕을 등에 업은 스키피오에 의한 패배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스키피오에 대한 모욕이 될까요? 스키피오는 인덕과 능력을 함께 지닌 걸출한 영웅임에 틀림없습니다.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두 인물 한니발과 스키피오는 같은 해에 사망합니다. 둘 다 영예롭다기보다는 고독한 느낌의 종말이었습니다.


    한니발의 사망이후 카르타고는 침체합니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로마에 정벌됩니다. 로마에 의해 초토화된 첫 도시가 카르타고라고 하는군요. 

    그 과정은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어리석은 지배자를 가진 나라가 몰락하는 것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을 동반합니다. 로마와 대비가 되어 더욱 선명한 안타까움입니다. 이 것은 내가 탄 배가 시대의 흐름을 잘 타고 있는지 한 번씩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비록, 본인 스스로의 큰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로마와 지중해 세계, 그리고 이후의 모든 전쟁광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한니발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일은 그 자체로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하지만 관점만 바꾸면 가능한 일이 될 수 있다."

    Posted by 한의학박사 & 한방내과 전문의 김힐링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