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연달아 경제학 관련 책을 읽게되었고, 그것이 마침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시작된 후 발간된 책들이다.


    이 책이 나온 시점이 2009년 6월이고(일주만에 3쇄를 했고 내 책이 그 3쇄), 그 때쯤이 아마 <나쁜 사마리아인>을 읽고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깊어졌던 시점이었을 것이다.


    이미 시기를 놓친 책이라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지만, 읽고나니 후회되지는 않는다. 최소한 딱 그 때에만 맞는 트렌디한 책은 아니었다는 말.



    야성적 충동

    저자
    조지 애커로프 지음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06-10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행동경제학, 케인스와 접속하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
    가격비교


    이 책을 그나마 편하게 읽으려면, 미시경제와 거시경제학, 거기에서 다시 통화주의 경제학과 케인즈 학파에 대한 개략적인 이해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 헤멜지도 모르겠다.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에, 그 합리적 주체들의 반응으로 인해 시장 경제가 스스로 평형을 찾아간다고 하였다. 

    '보이지 않는 손' 정말 멋진 명명법 아닌가. 인간의 손에서 태어난 경제가 마치 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자연처럼 항상성을 지니고 있다니!

    그 명명법의 매력 덕택인지, 한때는 정부의 경제 참여는 죄악으로 여겨졌었다. 미국의 모기지로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은 헛웃음 나오는 이야기가 됐지만.


    그러나, 사실 발전해 가는 모든 것은 적으로부터 배워서 강해진다. 통화주의 경제학도 케인즈 학파로부터 배워왔고, 신케인즈 학파도 신고전주의에서 배워온다. 


    애덤 스미스와 국부론.

    야성적 충동은 경제주체가 합리적이라는 전제를 의심한다. 그 합리성만으로 경제 위기를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책은 인간의 숨겨진 야성적 충동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경제학적 개념에서 야성적 충동은 경제에 내포된 불안정하고 일관성이 없는 요소를 말하며, 사람들이 모호성이나 불확실성과 맺는 독특한 관계를 가리킨다."


    책에서 나오는 많은 예시가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는 존재는 완벽히 합리적일 수 없다. 물론 '이성'이 인간을 특징짓는 주요 요소이기는 하나, 그것만으로 인간을 설명할 수는 없지않은가. 그 옛날 플라톤이 이데아를 말한 것도 인간의 불완전성 때문인데, 고전경제학이 인간의 합리성을 그 기본 전제로 삼았다는 것은, 그 당시의 인간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였나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세계대전과 대공항은 인간의 자만심을 꺽는데 일조했고, 케인즈의 이론을 논의하는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


    야성적 충동의 면면을 살펴보면, 자신감과 상승효과, 신뢰승수, 공정성, 부패, 화폐 착각, 이야기, 피드백과 같은 것들이 경제 정책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

    각각의 항목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네이밍 센스의 부재. '보이지 않는 손'처럼 매력적인 제목을 지어줘야 더 효과적일텐데...
    모든 단어들이 너무나 일반적이어서, 
    의도를 짐작할 수는 있으나 개념과의 괴리가 느껴진다. 대학교재로 사용했다는 책이라 그런지 교과서의 딱딱함이 느껴진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자신감은 의사결정을 위한 합리적인 접근법을 넘어서는 행동이다. 이러한 개념만으로도 왜 자신감이 거시경제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감이 높을 때 자산을 사고 자신감이 낮을 때 자산을 판다."


    마지막 부분에서 최근의 부동산 경기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높은 자신감이 사회 전체를 휩쌀 때 경기는 과열되고 뒤따라 시장에 들어선 추격매수자들,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영영 집은 못 살 것 같다. 그러나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모두 투매를 시작하면 딜레마가 시작된다. 팔아서 손해를 줄일 것인가, 끝까지 안고 갈 것인가. 

    이런 자신감의 변동을 경제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면 위기에 대처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


    저자들은 현실경제의 문제와 이에 대한 해법까지 제시한다.

    그 중에 인상적이었던, 소수계의 빈곤문제는 경제와 정치의 연관성을 극대화 시킨다.

    "...우리는 '우리'와 '그들'에게 다른 공정성의 기준을 적용한다.
    우리와 그들의 사이의 구분은 미국의 모든 흑인들에게 핵심적인 문제다. 흑인들은 그들이 선택하지 않았으며 공정하지 않다과 생각하는 경제적 시스템에서 오는 정신적, 물질적 고난을 감당해야 한다."

    우리과 그들. 수 많은 구분들로 나와 남,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것. 많은 문제의 시작이며, 이 문제들은 자유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둘 수 없는 문제임에 동의한다.


    교과서의 특성상 내용은 충분히 알차다. 적절한 예시와 논리 덕분에 비약이나 이해가지 않는 부분 없이 야성적 충동 이론을 접할 수 있고, 현실 경제의 흐름을 해석하는 제대로된 도구 하나를 더 가지게 된 기분이다.


    이제 애덤 스미스, 존 스튜어트 밀, 칼 마르크스와 가까운 시대의 밀턴 프리드먼, 하이에크 등을 접하고 나면 경제 돌아가는 걸 대략은 알 수 있으려나? 다음 경제학 책은 고전으로 해야겠다.



    Posted by 한의학박사 & 한방내과 전문의 김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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