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과학책을 읽었습니다. 생물학이나 진화론 관련 서적은 간간이 읽어왔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물리학, 천문학 관련 책인데요, 과학하면 물리학을 먼저 떠올리게 되네요. 오랜만에 읽는 과학책은 어린 시절, 과학자의 꿈을 다시 마흔살된 한의사의 마음에 불러옵니다. 미치오 카쿠의 <평행 우주>를 읽는 도중에 과학자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었습니다.



    사실, 한의사에게 있어서 물리학은 고등학교에서 끝나고 맙니다. 과학관련 전공자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도 그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노벨상 수상자이면서 이 책에도 몇 번 등장하는 리처드 파인만의 <일반인을 위한 파인만의 QED강의>를 읽어보기도 하고, 힉스 입자 발견에 관한 기사라도 뜨면 챙겨보면서 과학에 관한 끈을 끊어질락 말락 이어오던 차였습니다. 그러다 읽은 이 책은 다시 그 끈을 잡아당여 물리학과 우주론을 제 옆으로 가져다 주는 역할을 해냈습니다.


    양자역학, 인플레이션 이론, M-이론 등 현대물리학의 용어는 사실 기사로만 접하여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전공서적을 파고들 자신은 없었죠. 이 책은 이런 어려운 이론들을 생각보다는 쉽게, 그렇지만 아주 쉽지는 않게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너무 쉬운 설명은 본래의 취지와 멀어질 수 있고, 너무 어려운 설명은 사람을 질리게 만듭니다. 저자는 그 어려움과 쉬움의 경계에서 일반인이라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만한, 그리고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관심이 깊어질 수 있는 입문서의 역할에 충분한 책을 써 준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판단합니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께에 겁먹을 필요없이 한 번 일독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현대물리학이 우리 삶에 실제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본질을 조금 더 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진진하고 가치있는 일이며, 그런 사람들의 탐구에 의해 세상은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물리학은 상상력의 극한을 자극하고 생각의 지평을 넓혀줍니다. 실생활의 도움도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GPS의 정확도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죠. 운전자의 네비게이션도 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헤메고 있었을 겁니다. 물론 이 이론이 핵폭탄의 토대가 되었기도 하지만요.  한편, 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의 일그러짐과 시간과 공간이 영원불멸의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영속>피카소의 그림들이 생각납니다.(링크를 클릭하면 그림 출처가 열립니다. 피카소의 그림 <부채를 든 여인>은 제가 강력 추천하는 <구글 아트프로젝트>의 링크입니다. 그림을 확대하면 실제 크기로 확대가 되는 멋진 사이트입니다.)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영속>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영속> - 뉴욕현대미술관


    부채를 든 여인. 파블로 피카소<부채를 든 여인> 파블로 피카소. 구글 아트프로젝트



    아인슈타인과 이 그림을 이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죠.


    양자역학으로 넘어가면 슈뢰딩거의 고양이부터 시작하는 인식과 존재의 문제에 부딪힙니다. '내가 인지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고양이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결정할 수 없으며, 내가 보았을 때 그 상태가 결정된다.'는 명제는 어떤 종교의 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양자적 우주론에서도 관찰자가 있기에 빅뱅이 존재한다는 주장과 우주와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이야기, 또 빅뱅의 최초 시간에 대한 기술들을 보면 무극에서 태극, 태극에서 양의로 이어지는 동양철학적 세계관을 떠올리게 됩니다.



    저는 책을 읽는 동시에 후배에게 추천받은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같이 들었는데 그 첫 방송 내용이 블랙홀과 우주론에 관한 것이라 예습 복습처럼 재미있게 읽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둘 다 한번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두 가지를 같이 읽고 들으니 서로 보완이 되었던 것이죠.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여태 숨어지냈던 물리학에 관한 지식욕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이 책에 인용되었던 다른 저자들- 칼 세이건과 브라이언 그린의 책들이 더 읽고 싶어집니다. 쉽게 읽힐것 같은 제목이지만 전혀 쉽지 않았던 스티븐 호킹의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도 다시 보고 싶어지고요. 그 이유의 일부는 이 책이 불러온 지식욕이지만, 또 다른 일부는 이 책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깊이 이상으로는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읽기 쉬움과 전문성을 완전히 같이 갖출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Posted by 한의학박사 & 한방내과 전문의 김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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